"韓경제 떠받치는 석유화학산업, 업계 합심해 탄소중립 돌파"
연구조사본부
view : 145
"韓경제 떠받치는 석유화학산업, 업계 합심해 탄소중립 돌파"
단도직입 아시아초대석-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장
국내 기업들 설비투자 늘려
수출단가 49%·물량 4% 증가
나프타 등 기초원료·부재료
공급선 다변화…수급차질 방지
‘쉽게 빚어낸다’는 뜻을 어원으로 하는 플라스틱은 20세기의 위대한 공학적 성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석유에서 뽑아낸 물질로 일상에 필요한 수많은 물건을 값싸고 손쉽게 만들어낼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70%가 물이라면, 현대인의 소지품 70%가 플라스틱이라는 주장을 과장됐다고 치부할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석유화학산업은 큰 틀에서 이러한 플라스틱을 다룬다. 합성섬유나 합성고무, 각종 기초화학제품까지 아우른다. 환경오염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뒤부터 플라스틱에는 부정적 인상이 덧씌워졌다. 쉽게 만든 만큼 쉽게 버려진 탓이 크다.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위기로 부상하면서 석유화학산업이 다른 어떤 업종보다 패러다임 전환을 거세게 요구받는 배경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비롯해 가스·석탄에서 ‘석화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을 얼마나 생산하는지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1차 척도로 꼽힌다. 여기에 공정 과정이 얼마나 효율적이고 경제적인지,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드는 차별화된 기술력이 어느 정도인지도 따진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지만 석유화학산업은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는 주춧돌이다. 지난해 연간 수출액 500억달러를 넘기며 처음으로 반도체에 이어 수출품목 2위에 올랐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액은 한 해 전보다 55%가량 늘어 증가폭으로도 석유제품(58%) 다음으로 높다. 수출역군 역할을 제대로 했지만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탄소중립 등 현안 이슈가 여전한 데다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아지면서 원자재 수급 등 공급망 이슈가 언제든 불거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문동준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지난해 우리나라 무역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는 데 석유화학산업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았을 텐데 좋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가.
▲국내 석유화학기업이 설비투자를 늘리고 적극적으로 판로개척에 나선 결과다. LG화학·GS칼텍스 등이 신규 설비를 가동하거나 증설하면서 수출물량이 3.9% 정도 증가했는데 수출단가는 49% 늘었다.
유가 상승 요인이 크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포장·방역용품 수요가 크게 늘었고 가전을 비롯한 전자·전기, 자동차 등 전방산업의 비대면 특수를 누린 영향도 있다. 미국에서 폭설·한파 등으로 현지 석유화학단지 가동이 수개월간 중단되는 돌발변수도 결과적으로 호재로 작용했다.
Q2) 중국의 요소수 수출 제한으로 최근 사회 전반이 혼란을 겪었고 불과 수년 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산업계 전반이 위기를 겪기도 했다.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한층 높아졌는데 석유화학업종에서 공급망 이슈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국내 석유화학기업은 수요의 두 배에 달하는 생산능력으로 수급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여건은 갖췄다. 다만 기초원료인 나프타는 수요의 53%를 수입에 의존한다. 촉매·첨가제 등 일부 부재료도 해외에서 조달한다.
나프타는 과거 100% 중동에 의존했는데 이제는 러시아·인도 등으로 다변화했다. 부재료 역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19년 일본의 수출제한 이후 공급처를 다변화했다. 정부도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에 대해 조기경보시스템을 가동하는 한편 경제안보 핵심 품목을 정해 비축·수입전환·국내생산 등 맞춤형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Q3) 석유화학산업은 대표적인 경기순환형 업종으로 꼽힌다. 최근이 호황 국면이라면 앞으로 불황에 대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코로나19로 유가가 급락한 2020년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4%까지 떨어졌으나 지난해 전체로는 15% 내외로 나아졌다. 오미크론 변수가 있으나 올해 석유화학 수요도 견조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다만, 수요보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공급이 더 늘어 지난해보다는 업황이 부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가절감 등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불황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 고부가가치 제품 시장 확대를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적극적인 기술개발과 설비투자로 세계 일류상품을 늘리는 한편 고부가 기술·제품을 보유한 해외기업과 인수합병(M&A)이나 합작사 설립으로 사업을 늘리고 있다.
Q4) 공급과잉 혹은 수익성 악화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은 2018년 950만t에서 올해 2월 현재 1270만t으로 34% 늘었다. 현재 투자를 계획 중인 정유사 설비가 가동하는 2026년이면 1420만t으로 늘어날 것이다.
중국과 미국도 최근 4년간 각각 69%, 27% 늘리는 등 국내외 공급과잉 우려가 있는 건 사실이다. 유가가 급등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수요가 꾸준히 느는 데다 내년부터 수급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본다. 탄소중립을 위해 미국이 셰일개발을 규제하고 중국 역시 설비가동을 축소하고 있어 공급 증가 부담은 어느 정도 완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Q5)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선 기술력이, 후발국에 비해선 원료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리나라는 에틸렌 생산량 기준 세계 4위인 데다 생산기술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다만 공정설계나 촉매제조, 첨단제품 생산기술 측면에서는 미국을 100이라고 보면 아직 우리는 80~90 수준이다.
중동 등 후발국가와 비교하면 원료수급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생산효율이나 품질, 기술차별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Q6) 선도그룹과 후발주자 사이에 끼인 형국인데, 필요한 지원책이 있다면.
▲선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우리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나 미래차, 디스플레이 등 핵심 수요산업과 연계해 고부가·스페셜티 화학소재를 개발하는 데 더욱 적극 나서야 한다. 과거 무역분쟁 등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강조했는데 핵심 화학소재를 중심으로 기술을 개발하거나 해외 M&A로 기술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소재 특성상 대기업 주도 기술개발이 필요한 만큼 현재 최대 50% 수준인 대기업 지원비율을 (중소·중견기업과 같은 수준인) 75%로 확대하고 신성장·원천기술 지정 시 세액공제도 늘린다면 기업들이 더욱 적극 나설 여건이 될 것으로 본다.
Q7) 다른 업종보다 탄소중립 드라이브가 부담일 텐데,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탄소중립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우리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자 엄청난 도전을 요구하고 있어 걱정과 두려움이 있다. 다만, 미국·유럽 등 경쟁국과 출발선이 비슷하고 그간의 저력을 밑거름으로 우리 업계가 합심한다면 새 돌파구를 마련할 수도 있다.
정부의 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에 대해 방향성은 이의가 없다. 바이오 나프타 원료로 대체하거나 재생에너지 기반의 나프타 분해공정으로 전환, 폐플라스틱 등 자원순환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Q8) 해외와 비교해 탄소중립 대응 여건은 어떤 수준인가.
▲속도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 이번에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서 석유화학업종은 2030년 기준 3740만t으로 2018년 배출량 대비 20.2%다. 혁신기술 없이 현존기술로 이러한 목표치는 매우 도전적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화학업종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0년 13억t에서 2030년 12억t으로 7.7% 정도 감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대규모 국가 연구개발 예산을 투입하거나 탄소중립기술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는 등 공적 차원에서 투자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나아가 재생에너지 공급망을 경제적이고 안정적으로 구축하고 도시유전(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려 시장 창출을 도와야 한다.
[출처 : 아시아경제]
[원문 : https://view.asiae.co.kr/article/20220207100354437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