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아픈 손가락’ 바이오… OCI 이우현은 다를까
연구조사본부
view : 219
석화업계 ‘아픈 손가락’ 바이오… OCI 이우현은 다를까
부광약품 지분 인수로 경영 참여
지난해 R&D 비용 증가로 적자 전환
LG화학, 일부 사업은 결국 매각 추진
OCI(95,500원 ▲ 3,100 3.35%)가 바이오 투자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본업이나 다른 신사업만큼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석유화학 기반 기업 입장에서 사업다각화를 해야 하는 건 맞지만, 바이오 사업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투자돼야 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관련 투자를 늘려온 동종업계 다른 기업도 모호한 수익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OCI는 부광약품(7,850원 ▲ 80 1.03%) 지분 10.9%(774만7934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현재 이우현 OCI 부회장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OCI는 지난해 2월 부광약품에 약 1461억원을 투자해 제약·바이오 사업에 진출했다. 화학제품 제조 노하우, 인수합병(M&A), 전략적 제휴를 진행한 경험으로 투자에 나섰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우현 OCI 대표이사 부회장./조선DB
부광약품 관련 투자는 재무 전문가로 통하는 이 부회장의 의사가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서강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쳤다. OCI 경영에 합류하기 전에는 미국, 홍콩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근무하며 M&A를 비롯한 신사업 투자에 전문성을 쌓았다.
부광약품 지분 인수 전부터 이 부회장은 국내외 바이오 사업에 욕심을 내왔다. OCI는 지난 2018년 국내 비상장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시너지 헬스케어 펀드에 약 30억원을 투자한 것을 계기로 조금씩 보폭을 넓혀왔다. 2019년 이후에는 국내 제약·바이오 벤처기업에 약 100억원을 투자했고, 해외 유망 제약·바이오 벤처기업 투자 목적으로 미국에 종속회사 OCI 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하기도 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해 3월 부광약품의 신규 사내이사,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이 부회장과 함께 그의 매제인 김성준 OCI 최고전략책임자(CSO)가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올해는 주주총회를 통해 서진석 OCI 고문이 그 자리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서 고문은 EY한영 총괄대표이사 및 아시아퍼시픽 디렉터를 역임한 재무 컨설팅 전문가다.
OCI 바이오사업 로드맵. /OCI 제공
이 부회장이 부광약품 경영을 시작하면서 지난 2018년 양사가 설립한 합작투자사(JV)인 비앤오바이오는 지난해 7월 청산됐다. 국내외 바이오 기업에 매년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다는 취지로 만들었지만, 실제 투자 성과로 이어지지 않은 탓인데 지분 인수 계획이 가시화되면서 사실상 별도의 JV를 둘 필요성이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OCI가 지분을 인수한 이후 부광약품의 수익성은 악화됐다. 지난해 부광약품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4.6% 증가한 190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지만, 영업손실이 12억원 발생해 적자 전환했다. 부광약품이 적자로 돌아선 건 2012년 이후 약 10년 만으로, 자회사 신약 개발 임상 진행으로 연구개발(R&D)비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OCI뿐 아니라 LG화학(683,000원 ▼ 19,000 -2.71%), SK케미칼 등 다른 석유화학기업에도 바이오 부문은 아픈 손가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영진은 투자 확대 의지를 거듭 드러내지만, 바이오는 본업인 석유화학 만큼이나 수익 변동성이 심한 편이다. 안정적인 수익이 나더라도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같은 바이오 부문 내에서도 사업마다 성과가 엇갈려 일부는 매각까지 고려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연간 매출 51조원 가운데 바이오 등을 담당하는 생명과학부문(9100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1.8%에 불과했다. 생명과학부문 영업이익은 10% 늘었지만, 사실상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하다는 의미다. LG화학은 생명과학사업부문 내 체외진단 사업은 관련 R&D를 시작한 지 37년 만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수익성이 낮고, 경쟁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SK케미칼의 경우 지난해 연결기준 연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2.5%, 58.5% 감소했는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면서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실적이 악화한 것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사업부문별 영업이익을 봐도 그린케미칼 부문 코폴리에스터 사업은 22% 증가한 반면, 라이프사이언스부문의 제약 사업은 52% 감소했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이나 공급망 리스크(위험 요인)에 좌우되는 본업과는 다른 사업 투자로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분위기다. 최근 몇 년 동안 석유화학 사업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 전쟁으로 인한 원가 상승, 증설 경쟁 심화가 맞물리는 이른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글로벌 탈(脫)탄소 기조 강화도 중장기적으로 석유화학 사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출처 : 조선비즈]
[원문 : https://biz.chosun.com/industry/company/2023/03/20/PLJJQU5PDJETBHMSYJON4FGBOI/?utm_source=naver&utm_medium=original&utm_campaign=b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