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C·롯데, 300조 규모 '썩는 플라스틱 시장' 정조준
연구조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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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SKC·롯데, 300조 규모 '썩는 플라스틱 시장' 정조준
불황 겪는 국내 석유화학업계, 미래먹거리로 생분해 플라스틱 점찍어
2026년 303조원 시장 규모 전망···국내 석화업계, 이르면 내년부터 대규모 생산 본격화
정부 정책 걸림돌···해외 시장 노리는 업계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둔 지난 5월 21일 경기도 용인시재활용센터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가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정용석 기자]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친환경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돌파구를 찾고 있다. 특히 ‘썩는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 공략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미국 네이쳐웍스, 네덜란드 코비온 등 석유화학 업체들이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에 나서며 시장을 선도하는 가운데 LG화학, 롯데케미칼, SKC 등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이 대규모 생산설비 구축을 통해 시장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지난 8일 SK그룹의 화학·소재 기업 SKC는 이날 열린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설비를 구축할 장소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시설·부지 투자 등이 완료되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양산 계획이 공개될 전망이다.
생분해 플라스틱은 식물과 미생물을 원료로 활용해 만든 플라스틱을 말한다. 기존의 플라스틱과 쓰임새는 비슷하지만, 물이나 흙에서 쉽게 분해된다는 특징을 갖고 있어 친환경 소재로 여겨진다. 일반 플라스틱이 분해되는 데 100년 이상이 걸린다면 생분해 플라스틱은 수 개월 내 자연 분해된다.
생분해 플라스틱 시장은 매년 고공 성장하고 있다. 폐플라스틱 처리가 주요 환경 문제로 부각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 원료 사용을 유도하는 규제가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생분해 플라스틱의 시장 규모는 2021년 약 100조원에서 2026년 303조원으로 연간 24.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중국발 증설 등을 이유로 구조적 불황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생분해 플라스틱의 시장성에 주목해 일찍 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아크릴 등 전통적 플라스틱 제품 생산을 줄이는 한편 PBAT, PLA와 같은 썩는 플라스틱을 주된 먹거리로 삼겠다는 것이다.
가장 빠른 시일 내 대규모 양산이 예상되는 업체는 LG화학이다. LG화학은 현재 충남 대산공장에서 석유원료를 활용한 생분해 플라스틱 PBAT를 시생산 중이다. 연산 5만톤(t) 규모의 생산시설을 갖춘 뒤 내년 5월 본격적인 양산에 나설 계획이다. 오는 2025년까지 추가 증설 계획도 세워뒀다.
제품군도 다양화한다. LG화학은 최근 식물 유래 원재료를 사용한 PLA 개발을 마치고 상업화 단계에 들어갔다. 오는 2025년까지 미국에 연간 7만5000t 규모의 PLA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술 개발 단계에 있다. 지난해 5월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사업을 꼽고 누적 1조원 투자를 약속한 롯데케미칼은 해양 생분해성 플라스틱 소재인 PHA 생산을 위한 연구개발에 들어갔다. 사탕수수에서 추출된 원료로 만든 바이오페트(Bio-PET) 판매량도 1만4000t에서 2030년 7만t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LG화학이 개발한 생분해성 플라스틱 및 시제품의 모습. / 사진=LG화학
다만 비싼 가격은 시장 확대에 단기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반 플라스틱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 이상 가격이 높아 수요처가 빠르게 늘기 쉽지 않아서다.
생분해 플라스틱 생산을 앞둔 한 석유화학 업체 관계자는 “생분해 플라스틱이 대체 불가능한 장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설비투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빠르게 수익성을 내기는 쉽지 않다”며 “이미 해외 기업들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어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업계에선 시장 육성에 적극적인 해외와 상반되는 정부 정책도 성장 저해 요소로 꼽는다. 특히 환경부가 올해 초 내놓은 새로운 친환경 인증 방안이 도마에 올랐다. 일반 토양에서 2년 안에 90% 생분해돼야 친환경 인증을 해주겠다는 것인데 국내엔 인증 설비조차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유럽연합(EU)은 제품별로 인증 기준을 다양화하고 생산업체에는 세제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SKC는 생산설비를 해외 각 지에 구축할 계획이다. SKC 관계자는 해외 공장 건설과 관련해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로컬 비즈니스가 아니고 글로벌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확장성 있는 국가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해외 시장 규모가 국내보다 월등히 큰 만큼 현지 생산을 통해 대외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출처 : 시사저널e]
[원문 : http://www.sisajournal-e.com/news/articleView.html?idxno=302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