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자본 한국油化 "사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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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인 중국시장을 노리고 석유화학 생산ㆍ물류기지로 삼으려는 외국의 거대자본이 대거 한국에 몰려 들고 있다. 프랑스 아토피나사가 최근 삼성종합화학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한 데 이어 채권단에 의해 매각이 추 진중인 현대석유화학과 KP케미칼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외국계 대기업들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외국계 자본 진출은 수년째 공급과잉에 시달린 국내 석유화학산업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일으킬 전망이다. 프랑스 TFE그룹의 화학계열사 아토피나와 삼성종화가 50대50 출자비율로 설립하는 새로운 합작사인 삼성아 토피나(가칭)는 삼성종화가 보유하고 있는 인력과 자산을 모두 넘겨받는다. 지난 98년 한화종합화학의 아크 릴 판재와 레진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데 이어 99년에는 유기과산화물을 생산하는 세 기촉매(주) 지분을 인수해 합작회사를 설립한 아토피나사는 7억4600만달러(약 9000억원)를 투입해 내년 3월 까지 합작회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아울러 세계 최대 화학제품 물류업체인 노르웨이의 오드펠사는 최근 대한유화와 합작으로 온산에 "오드펠터 미널코리아"를 세우고 앞으로 지속적인 투자확대를 통해 온산터미널을 동북아 화학제품 물류기지로 키워 나 갈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외국계 기업은 국내 유화업체와의 합작사 설립과 함께 매각대상 기업 인수작업에도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 다. 미국의 코크 인더스트리즈의 데이비드 로버트슨 사장과 앨런 라이트 부사장은 40여명의 실사단과 함께 최 근 두 차례에 걸쳐 대산공장을 직접 방문해 실사작업을 지휘하면서 현대유화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 다. 국내의 LG화학-호남석유화학 컨소시엄과 최종입찰서 제출을 앞두고 막판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 이다. 하루에 총 60만배럴의 원유를 정제하는 설비를 미네소타와 텍사스주에 갖고 있는 코크사는 매출 400억달러 (약 48조원) 규모의 세계 5대 무역회사이자 투자ㆍ금융 등 다각화된 사업을 영위하는 미국판 "재벌"기업이 다. 미국 캔자스주 위치타에 본사를 둔 코크사는 캐나다,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세계 각국에 27개 자회사 와 지사를 두고 글로벌전략을 강화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서는 싱가포르를 핵심 거점으로 일본, 중 국, 인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한국 등에서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코크사는 포브스지 선정 미국 내 500대 비상장 기업 중 세계 최대 곡물업체 카길사에 이어 부동의 2위 자리 에 올라 막강한 자금력을 과시하고 있다. LG화학과 호남석유화학이 컨소시엄을 통해 현대유화 인수작업을 추진 중이지만 코크사가 최종 입찰에서 승 부수를 던질 경우 현대의 향방은 의외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삼성종화와 현대유화가 있는 대산단지는 중국과의 거리가 불과 400㎞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대중국 수출 을 위한 최적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5년 만에 흑자전환을 앞둔 대산단 지의 현대를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한편 인도 최대 민영기업인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스도 고합에서 분리된 KP케미칼 인수전에 뛰어들어 일본 미쓰비시, 한국 영안모자와 경쟁하고 있다. KP케미칼 역시 중국을 주요 수출시장으로 삼고 있는 만큼 인도 릴라이언스는 KP케미칼 인수를 통해 세계 최 대 TPA 생산업체로 부상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외국계 거대자본이 잇따라 국내 석유화학업체에 군침을 삼키고 있는 것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 하고 있는 중국 진출 교두보로서 한국의 기술과 생산능력을 재평가하고 지리적인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 는 뜻으로 해석된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까지 유치한 중국은 앞으로 10%에 가까운 고도성장 을 지속할 거대시장으로 평가된다. 중국은 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무역과 관세장벽을 허물고 있다. <매일경제 1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