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버리는 폐열로 200억 연료 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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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여천석유화학단지는 울산과 함께 국내 대표적인 석유화학 공장이 몰려 있는 이곳은 에너지 블랙홀이다. 국내 전체 에너지의 32.8%를 대형 공장과 빌딩 2157곳에서 소모하는데 여천공단에 밀집한 주요 공장은 2157개 가운데도 상위에 꼽힐 만큼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이곳에서는 석유가 에너지며 원자재여서 기본적으로 사용량이 많지만 알게 모 르게 줄줄 새는 양도 만만치 않다. 올해 들어 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희범 산업자원부 장관이 국민이 허리 띠를 열 번 졸라매는 것보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이 한 번 졸라매는 것이 에너 지 절약에 효과적이라고 수차례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 설비도 바꾸고, 에너지도 절약하고=바다 건너 멀리 광양제철소가 보이는 곳에 위치한 금호석유화학 여천공장. 자동차 타이어용 고무를 주로 생산하는 이 공장은 줄줄 새는 에너지를 얼마나 많이 주워담을 수 있는지 보여준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꼽힌다. 5년 전 이 공장은 고무 1t 생산에 필요한 증기(스팀)를 만들어내기 위해 석유 0.38t(TOE) 정도를 써야 했다. 열을 만들어내기 위해 석유를 사용하는 것이어 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생산 설비 운용팀은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폐열에 주목했다. 사라지는 열을 재활용하는 설비를 만들면 석유 사 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차용호 금호석유화학 생산기술팀 차장은 설비에 들어간 순수 투자비가 15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지금까지 아낀 돈은 200억원 정도로 집계됐다고 밝혔 다. 설비도 새 것으로 바꾸고 에너지도 절약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장사다. 이로 인해 높아진 공장 경쟁력은 부수적인 효과다. 국가 전체적으로도 석유를 그만 큼 아낀 셈이니 적지 않은 이득을 본 셈이다. 새로운 투자처 찾기가 힘든 요즘 에너지 설비 투자가 가장 안전하고 효과가 뛰 어나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대형 사업장과 자발적 협약(VA)을 체결해 에너지 절약에 나 선 결과 최근 5년 동안 2조6136억원을 투자해 2조39억원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김균섭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은 노후 설비를 교체하면서 얻는 이득이 적지 않다며 기후변화협약이 체결돼 이산화탄소를 감축해야 하는 현실에서 에너지 절약은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원한 589개사에 대한 분석 결과 에너지를 평균 10% 절감하 고 투자 회수 기간도 1.5년에 불과해 성과가 뛰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12일 열린 제26회 에너지절약촉진대회에서는 이 같은 에너지 혁신이 점차 확산 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행사에서 에너지 절약 우수업체로 선정된 △금호석유화학(금탑산업훈장) △SKC(은탑산업훈장) △한화석유화학 여수공장(동탑산업훈장) △에너지관리공단(철탑산업훈장) △제일모직 여수공장, 풍산 온산공장(석탑산업훈장) 등은 대부분 국내에서 알아주는 에너지 다소비 사업장이다. ◆ 기업문화 바꾸는 데 주력해야=대규모 사업장이 에너지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허한 구호를 구체적인 실천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 를 마련했기에 가능했다. 물론 이 같은 혁신에는 최고경영자(CEO)의 관심과 강력한 리더십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SKC는 톱(TOPㆍTotal Operational Performance) 이라는 혁신 활동이 큰 기능 을 했다. 에너지를 절약하도록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지속적으로 설비 개선과 환경 개선을 점검한 결과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SKC는 이를 통해 99년부터 5년 동안 아이디어 1000여 건 이상을 쏟아냈다. 특 히 절감 목표를 이행한 정도에 따라 적극적으로 보상해 준 것이 주효했다. 이 과정에서 SKC는 93억원가량을 아꼈다. 단순히 설비를 교체한다고 해서 에너 지를 아낄 수 있는 건 아니다. 직원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기업 문화를 조성하는 게 우선 순위다. (2004.11.12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