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 발효 발맞춰 본 LG화학 `TFT 10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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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미국이 저렇게 버티고 있는데 괜히 쓸데없는 일 시키지 말고 그 시간에 차라리 생산성 향상에 조금이라도 더 신경을 쓸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지난해 말 LG화학의 기후변화협약 태스크포스팀(TFT) 팀장인 이상형 차장은 지방 A사업장 담당자의 이 같은 반응에 즉각 현장으로 달려갔다. 온실가스 배출 현황 파악을 위해 전 지역사업장에 기초 데이터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지만 A사업장에서는 기한을 보름이나 넘기고도 답신이 없었다. 첫 전화 독촉에서도 알았다 는 응답이 고작이었다. 재차 이뤄진 통화에서야 담당자의 이 같은 볼멘소리가 나왔다. 철강, 에너지 등과 함께 대표적인 다(多) 에너지 소비업종인 유화업계 최대 업체인 LG화학이 교토의정서 발효(16일)에 대비해 지난해 11월 12일 TFT를 출범시킨 지 100일이 갓 지났다. 총 50명(본사 4명, 지방 46명) 규모의 TFT를 이끌고 있는 이 차장은 기후변화협약 대비 필요성에 대한 현장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초기 TFT 업무의 70~80%를 차지하는 가장 난감하고도 중요한 일 이라고 강조했다. ▶보이지 않은 거대 위협과의 전쟁=LG화학 TFT의 지난 100일은 뜬구름 잡는 이야기 같다, 이게 실제 될지 안 될지도 모르지 않느냐 는 불확실성과 싸움의 연속이었다. e-메일, 전화로 안 되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미국이 탈퇴한 배경 가운데 하나가 선진 개발도상국의 1차 의무감축 대상 제외에 대한 불만 표시, 협상 카드 확보 등을 위한 복합 포석 이라고 현장 직원들에게 설명했다. LG화학에서 쓰이는 에너지원 종류만 해도 총 26가지. 여수 공장은 유연탄과 벙커C유를, 청주 공장은 LNG, 울산은 시나인을 주로 쓴다. 이들 에너지원마다 탄소 함유량이 다르고 또 보일러 기종과 연한, 용량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차이가 났다. 에너지원 관리 외에 자체 운송 차량에서 나오는 이동연소배출, 폐기물 소각로 등 공정배출, 소화기나 에어컨 냉매 등에서의 탈루성배출 등도 모두 파악해 관리해야 비로소 전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지 현황이 나온다. 각종 운송 차량이 몇 년에 생산된 어떤 차종인지 파악하고, 사업장에서 사용되는 에어컨 구매 시점부터 냉매 종류며 충전 주기 등을 고려해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이력관리`가 필요해졌다는 이야기다. ▶시간과의 싸움=교토의정서 협약상의 불확실성과 자체 미래 사업의 예측 한계성까지 고려하는 단계에 이르자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현재 한국이 2차 의무감축국(2013~2017년)에 포함될지, 적용 방식이 현행 절대배출절감 방식이 될지, 아니면 집약도방식(배출 밀도 기준)이 될지도 향후 국제 협상에 달렸다. 2, 3년 앞을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사업환경을 고려할 때, LG화학이 2017년 어떤 미래사업의 결과 어느 정도의 온실가스 배출 가능성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 또한 난제가 아닐 수 없지만 기후변화협약 대비는 더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투자 여력이 안 되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일부 생산을 포기해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시간과의 싸움은 시작됐습니다..... 유럽지역 배출권 거래가 전년 대비 4, 5배 증가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교토의정서의 확산 시점이 다가올수록 배출권 가격 등이 높아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가슴이 바짝바짝 탈 지경이었다. ▶최고경영진의 의지가 필수=이 팀장은 지난 100일간의 이 같은 `짧은` 경험에서 최고경영진의 전폭적인 지지가 필수적임을 절감했다. LG화학의 경우, TFT 출범에 따른 체계적인 준비 자체가 노기호 사장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노 사장은 사업장 방문 때마다 기후변화협약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으며, 관련 전문인력 확보 문제도 최고경영자의 결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2005.2.16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