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ㆍ美헌트, 자원개발 20년우정
view : 14625
"84년 예멘 마리브 유전, 97년 예멘 LNG, 2000년 페루 카미시아 유전ㆍ가스전 … 그리고 캐나다 샌드오일 개발건까지." SK와 미국 석유재벌 헌트오일이 20여년 동안 공동으로 추진한 국외 자원개발 사례다. SK와 헌트 집안간에 2대째 20여 년 동안이어온 "윈윈 자원개발 협력"이 화제가 되고 있다. 두 집안이 모두 참여한 예멘 LNG는 지난달 미국에 대규모 수출루트를 뚫은 데 이어 한국가스공사와도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아버지 대인 고 최종현 회장과 현재 CEO인 레이헌트 회장이 협력해 예멘에서 석유를 발견했고 아들인 최태원 회장과 헌터헌트 수석부사장은 여기서 발견된 LNG 수출을 성사시켰다. 최회장과 헌트 부사장은 또 페루 원유ㆍ가스전 개발을 함께 진행하면서 북미 지역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캐나다에서 50여개 샌드오일 개발에도 협력을 추진하는 등 아버지 대에 맺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부친에 이어 74년부터 CEO를 맡고 있는 레이 헌트 회장은 부시 미국 대통령과 오랜 친구로 재정 자문역을 맡는 등 미국 재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11월 헌트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 브라질 방문에 동행하는 신헌철 SK 사장을 부시 대통령 소유 크래포드 목장 근처로 초청해 샌드오일 협력건에 대해 협의하기도 했다. 해럴드슨 라파이예트 헌트가 1934년 설립한 헌트오일는 70여년 동안 석유개발 업계를 주무르고 있는 세계적인 개인 에너지회사. 이런 회사가 20년동안 비즈 니스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사례는 드문 것으로 꼽힌다. SK와 헌트간 인연의 "끈"은 당시 최종현 SK(당시 유공) 회장이 1983년 인도네시아 카리문 광구에서 참담한 실패를 겪었을 때 시작됐다. 헌트오일에서 예멘 마리브유전 탐사 제안서를 들고 SK를 찾아왔던 것. 한 차례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던 때 최 회장은 헌트오일 제안에 따라 과감히 사업참여를 결정했다. SK가 15.9% 지분참여한 예멘 마리브유전은 85년 매장량 10억배럴이 확인됐고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왕성하게 원유를 뿜어내는 "대박" 광구가 됐다. 유전개발회사로 SK가 "명함"을 내밀기 시작한 것에 헌트와 맺은 협력이 바탕이 된 셈이다. 예멘 마리브유전 지역에 LNG가 발견된 것은 90년대 중반이다. 헌트사와 그때부터 수요처를 찾았으며 지난달 미국과 450만t LNG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7.2% 지분을 참여하고 있는 SK로서는 외국에서 발견된 LNG를 처음 수출하는 사 례가 됐다. 또 국내 공급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에 도입될 가능성도 커 졌다. 최태원 회장과 헌트 부사장은 2000년 미개발 원유ㆍ가스전인 페루 카미시아 개 발사업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SK는 개발에 17.6%, 수송에 11.2% 지분을 참여했 다. 원유 매장량 6억배럴에 가스전에서 약 9조입방피트에 달하는 천연가스를 발견 했고 이를 페루 수도인 리마에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한다. 이를 액화해 북미에 공급하는 "페루 LNG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최 회장과 헌트 부사장은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LNG에 관심이 높아 동반자로서 자주 연락을 주고받는다. SK 관계자는 "지난해 6월 레이헌트 회장이 실무진을 이끌고 직접 SK 서린동 본사를 찾아왔다"며 "헌트 CEO가 세계 메이저업체도 아닌 SK를 직접 방문한 것은 고 최 회장 때부터 이어오고 있는 인연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 사례"라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