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원샷법 지원… 공급과잉 사업 재편 빨라진다
석유화학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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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원샷법 지원… 공급과잉 사업 재편 빨라진다
설비 매각·신규 분야 진출 도와 시행 4개월만에 15개 기업 선정
조선·철강·석유화학 80% 몰려… 전문가들 "업종 제한 풀어야"
국내 석유화학 업계 1위인 LG화학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활법·일명 원샷법)을 활용해 사업 재편에 나선다. 공급 과잉 품목 생산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 제5차 사업재편계획 심의위원회를 열어 LG화학 등 5개 기업의 사업 재편 계획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전남 여수 공장의 폴리스타이렌(PS) 생산설비를 고부가가치 합성수지(ABS) 설비로 전환하고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 석유화학 신제품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기활법은 공급 과잉 업종의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업 재편에 나설 수 있도록 상법·세법·공정거래법 등 관련 절차와 규제를 간소화해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LG화학은 이번 신청에 따른 인센티브로 원료를 수입할 때 내야 하는 관세 450억원을 6개월 늦게 낼 수 있고, 정부가 지원하는 연구·개발(R&D) 사업에 참여하면 가산점도 얻는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 8월 기활법이 시행된 이후 석유화학 업체로는 한화케미칼과 유니드가 참여한 데 이어 업계 1위인 LG화학까지 가세함으로써 업계 전반으로 자발적인 구조조정 분위기가 확산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날 LG화학과 함께 사업 재편 계획 승인을 받은 4곳(삼영기계·유일·쓰리에스·벤투스)은 또 다른 공급 과잉 업종인 조선기자재 분야 기업이다. 이들 업체 역시 선박용 엔진설비 같은 공급 과잉 품목 생산을 접고 발전용 엔진 부품과 같은 신규 분야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들은 이번에 승인을 받음으로써 설비 매각에 따른 세금을 늦게 낼 수 있다.
◇승인 기업 중 80%가 조선·철강·석유화학 등 취약 업종
지난 8월 시행된 기활법이 탄력을 받고 있다. 9월에 처음 3곳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후 이달 5곳이 추가로 승인을 받아 지금까지 적용 대상 기업이 4개월 만에 15곳으로 늘어났다. 신청 대상 기업을 '과잉 업종'에 한정한 데다 대기업 특혜 논란이 더해지면서 시행 초기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기활법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의 경우는 연평균 사업 재편 승인 건수가 40여건"이라며 "우리와 일본의 경제 규모를 감안하면 기활법이 빠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활법 지원 대상 기업 15개 중에서 5대 공급 과잉 업종인 조선(5건)·철강(4건)·석유화학(3건)이 80%에 달해 과잉 업종 사업 재편의 촉진제로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산업부는 "지금까지 사업 재편 계획에는 총 1조4285억원의 신규 투자와 374명의 신규 고용 계획이 포함됐다"며 "고용 감축이 뒤따르는 사후적 구조조정과 달리 공급 과잉 부문을 축소하고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자하는 선제적 사업 재편으로서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신청 가능한 업종을 확대해야"
기활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개선돼야 할 부분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적용 대상 업종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 규정상 최근 3년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간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한 업종이어야 기활법 신청을 할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잘나가고 있는 기업 중에서도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선제적인 사업 재편에 나서고 싶어 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일본의 산업경쟁력강화법은 업종 제한이 없다. 조건을 만족하는 사업 계획을 가진 모든 기업이 대상이다. 곽관훈 선문대 교수는 "사업 재편이 필요한 기업이라면 어디든 선제적으로 이 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기활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한 대기업 고위 임원은 "기활법 시행 이전부터 대기업 특혜 논란이 있었던 만큼 선뜻 신청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기활법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기업에 대한 문턱을 높이면서 혜택도 줄어 당장은 신청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산업경쟁력강화법을 통한 사업 재편 승인 기업 중 절반 이상이 대기업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내년에 40~50개 이상 기업이 추가로 사업 재편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기활법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금융·세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