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美에 축구장 150개 크기 공장… 셰일가스로 에틸렌 생산
연구조사본부
view : 5180
롯데케미칼, 美에 축구장 150개 크기 공장… 셰일가스로 에틸렌 생산
루이지애나주 공장 이달 중 완공
지난 18일(현지 시각) 미국 루이지애나주(州) 소도시인 레이크찰스. 프린호(湖) 주변으로 다가가자 태극기가 선명하게 찍혀 있는 높이 108m의 은빛 철탑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 150개 크기 100만㎡ 부지에 롯데케미칼이 건설하고 있는 에틸렌·에틸렌글리콜(EG) 생산 공장이다.
10월 중 이 공장이 완공돼 생산을 시작하면 '화학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을 기존 화학 공장보다 30~40% 싼값에 만들 수 있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롯데는 원유 가격이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져 이런 공장의 승산이 없다는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던 2016년,
이 공장을 착공하는 결단을 내려 지금 세계 석유화학 업계의 주목받는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 위기가 기회다…, 선제적 투자 결단
플라스틱·고무·섬유 등 석유화학 제품을 만드는 기초 소재인 에틸렌은 전통적으로 원유 정유 과정에서 휘발유 다음, 등유 이전에 나오는 나프타(naphtha·일명 납사)를 분해해 만든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오르면 나프타, 에틸렌 값도 연쇄적으로 오른다.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공장은 원유가 아닌 셰일가스(퇴적암 지층인 셰일층에 매장되어 있는 천연가스)에서 에탄을 뽑아 에틸렌을 얻는 혁신 공법의 공장이다. 이렇게 하면 원유를 원료로 할 때보다 생산 비용이 30~40% 낮아진다. 고유가일수록 경쟁력은 더 높아지게 된다.
세계에서 셰일가스 개발이 가장 활발한 미국은 셰일가스를 고부가가치 산업에 활용되게 하기 위해 셰일가스를 활용한 화학산업 개발에 적극적이다. 특히 2010년대 초 원유 값이 배럴당 100달러까지 급등하자 글로벌 화학 회사들은 이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롯데케미칼도 미국 화학 회사 '액시올'과 손잡고 2014년 초 셰일가스 집산지인 미국 루이지애나에 석유화학 공장을 짓기로 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는 그해 하반기부터 급락, 많은 기업이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롯데케미칼 미국법인 황진구 대표는 "공장 착공 직전인 2016년 초 유가가 30달러까지 떨어졌지만 신동빈 그룹 회장의 결단으로 프로젝트를 밀어붙였다"며, "공정률이 97%에 달하고 유가가 80달러까지 오른 지금 착공 당시를 돌아보면 꿈만 같다"고 말했다.
◆ 3조4000억원 투자… 전 세계 에틸렌 2.6% 생산
롯데케미칼이 이 공장에 투자한 금액은 약 30억달러(3조4000억원)로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미국 투자 중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 연간 100만t의 에틸렌과 이를 1차 가공한 에틸렌글리콜(EG·화학섬유 소재) 70만t을 생산한다.
공장이 완공되면 롯데케미칼은 국내외를 합쳐 에틸렌 450만t으로 생산량 기준 국내 화학 회사 1위, 전 세계 에틸렌 생산량의 2.6%를 차지하게 된다.
신 회장은 2016년 6월 회사와 자신이 경영 비리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중에도 기공식에 직접 참석했다.
당시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이 세계적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신 회장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경쟁사들이 공장 신설을 포기하면서 롯데케미칼은 저렴한 가격에 공장 건설에 필요한 설비를 조달할 수 있었다. 이후 유가가 계속 오르자 경쟁사들이 뒤늦게 셰일가스 화학 공장 건설에 나섰지만 완공까지는 3~4년이 더 걸린다.
롯데케미칼 측은 "고유가로 셰일가스 '2차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며, "루이지애나 공장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트럼프 정부도 주목
롯데케미칼 루이지애나 공장은 한·미 경제협력의 모델로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공장을 지으면서 약 5억달러(5500억원)에 달하는 설비를 한국에서 실어와 현장에서 조립했다. 해외에 공장을 지으면서도 한국 업체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에선 지금까지 300여 명의 인력을 고용했고, 공장 완공 후 직접 고용도 250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생산 시설 유치에 주력하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이 공장에 주목하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정부도 법인세 감면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내년 상반기에 공장 준공식을 열고 트럼프 미 대통령을 초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신 회장이 수감 중인 상황이라 정확한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옥중에서도 공장 건설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 준공식 참석 여부를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며, "루이지애나 공장을 한·미 경제협력의 모범적인 사업 모델로 키우겠다는 의지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