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사업 확대 나선 롯데케미칼…美공장 증설 만지작
연구조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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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사업 확대 나선 롯데케미칼…美공장 증설 만지작
셰일가스 활용 美 ECC 공장
20%대 영업이익률 `대박`
가스 값 하락·유가상승 덕봐
증설 등 美 투자 확대 검토
롯데케미칼이 가스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원유보다 값싼 셰일가스로 화학제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셰일가스 등장과 함께 `석유` 화학 산업이 `가스` 화학 산업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업계 전망이 조금씩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15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미국 에탄크래커(ECC) 공장 증설 등 사업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3분기 유화 업계 불황 속에서도 롯데케미칼 미국 공장은 나 홀로 높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장 증설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탄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은 ECC 공장을 설립하며 미국 웨스트레이크(옛 액시올)와 합작사를 만들고 지분을 나눴는데, 지난 10월 일부 지분을 팔았다. 지분 판매로 확보한 현금은 9500억여 원. 롯데케미칼은 이 가운데 25%는 시설대 차입 상환에, 나머지 75%는 신규 사업 투자에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확보된 자금으로 여러 가지 투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5월 미국에서 셰일가스 기반의 모노에틸렌글리콜(MEG)과 ECC 상업생산을 시작했다. 지난 2분기 롯데케미칼 미국 법인은 매출 422억원, 영업이익 98억원으로 이익률이 23.2%에 달했다. 지난 3분기에는 매출 1410억원, 영업이익 346억원으로 이익률 24.5%를 기록했다.
석유화학기업 영업이익률이 불황일 때는 5%대 이하에 그치고, 호황기에도 15%를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낸 셈이다.
일반적으로 석유화학 설비는 원유에서 `나프타`를 뽑아내는 `나프타분해시설(NCC)`과 가스에서 `에탄`을 분리하는 ECC로 나뉜다. 기업들은 나프타와 에탄을 이용해 화학제품의 원료가 되는 에틸렌·프로필렌과 같은 기초유분을 만든다.
설비 간 만들어지는 제품 종류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동일한 제품일 경우 가격은 거의 동일하다. 결국 원재료 가격이 설비 경쟁력을 좌우하는 구조인 셈이다.
현재 에탄 기반 에틸렌 가격은 t당 300달러, 나프타 기반 에틸렌은 t당 800달러로 에탄 기반 에틸렌의 원가가 훨씬 낮다. 따라서 에탄 기반 에틸렌을 투입해서 만든 제품의 수익성이 월등히 좋을 수밖에 없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유가는 오르고, 셰일가스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셰일가스 기반 생산 방식이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기술 발전으로 셰일가스 채굴 단가가 떨어지면서 2012년 이후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가스 러시`가 일었다. 롯데케미칼 또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지시로 2012년 셰일가스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북미 셰일가스 기반의 사업을 검토한 뒤 2014년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후 유가가 떨어지면서 셰일가스가 갖고 있던 원가 경쟁력이 사라지자 많은 기업이 공장 건설 계획을 포기했다.
롯데케미칼은 유가 회복 가능성이 높고, 셰일가스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가격 안정성도 갖추게 됐다고 판단해 3조원 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국내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당시 롯데케미칼의 사업 방향에 대해 업계에서는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며, "롯데케미칼의 셰일가스 공략은 현재까지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NCC 중심의 국내 석유화학기업들도 NCC 설비에 원유 대신 LPG를 넣어 기초유분을 만들 수 있는 설비 증설에 나서고 있다. 한화토탈이 지난 9월 충남 대산공장에 가스 전용 분해설비를 완공하고 상업가동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이다. LG화학도 여수·대산 공장 설비 증설을 통해 LPG 투입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E1이 대산기지에 4만t에 달하는 프로판 탱크를 증설했는데, 내년부터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LPG 전용 크래커에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며, "원유에 의존하던 국내 석유화학업체의 LPG 비중이 조금씩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