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재활용 `화이트 ABS` 세계첫 개발
연구조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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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재활용 `화이트 ABS` 세계첫 개발
대덕 기술연구원 가보니
1년 넘는 연구개발 끝에 내놔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 조성
관련 친환경시장 선점도 기대
지난 4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위치한 LG화학 기술연구원 물성분석실. 연구원들은 쌀알 모양 플라스틱 알갱이에 대한 분석에 한창이었다. 이 알갱이로 작은 플라스틱을 만든 뒤 기계에 넣어 부러뜨리기도 하고 100도까지 올라가는 체임버에 넣고 몇 도에서 형태가 변하는지를 실험하기도 했다. 이 알갱이는 가전제품 덮개로 사용됐던 플라스틱인 고부가합성수지(ABS)를 재활용해 만든 ABS다.
김서화 LG화학 책임연구원은 "ABS는 재활용이 어려웠다"며, "LG화학은 재활용 ABS 물성을 기존 제품과 동등한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업계 최초로 하얀색으로 만드는 기술까지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하얀색 ABS는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어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 LG화학은 지난 7월 이를 시장에 출시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화학 업체들이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LG화학이 ABS 부문에서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술을 확보했다. LG화학은 폐플라스틱 재활용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물론 관련 시장 선점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게 됐다.
ABS는 가공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색을 입힐 수 있어 자동차 내장재를 비롯해 TV나 공기청정기 같은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레고 블록에도 사용된다. LG화학은 연간 약 200만t에 달하는 ABS를 생산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LG화학 ABS는 물성이 뛰어나 중국, 동남아시아 등 석유화학 후발 국가들의 물량 공세 속에서도 시장에서 탄탄한 지위를 지켜왔다. 수십 년간 전기차 배터리에 투자를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도 ABS가 견고한 실적을 이어왔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재활용 ABS 개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애플, 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재활용한 플라스틱을 원료로 사용해야만 납품을 받겠다는 정책을 고수하고 각국 정부도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서다.
개발 과정은 쉽지 않았다. 플라스틱은 기다란 분자가 끊임없이 얽혀 있는 형태를 띠는데, 시간이 지나면 분자가 끊어지면서 강도가 떨어지고 색이 바래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를 재활용하면 물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재활용 과정에서 가전제품을 파쇄해 ABS를 따로 분리해 내는데 색을 나누는 것도 불가능해 검은색과 회색만 만들어졌다.
LG화학은 1년여 만에 끊어진 분자를 이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 재활용 ABS도 나프타로 만든 ABS와 물성이 동등함을 확인했으며, 흰색을 띠게 하는 데도 성공했다.
김창술 LG화학 상품기획팀 책임은 "6월에 개발을 완료한 뒤 기존 양산 라인에서도 생산이 가능함을 확인했다"며, "현재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활용 ABS는 가격이 조금 비싸지만 환경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경제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LG화학은 재활용 ABS 개발이 국내 폐플라스틱 재활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수거된 폐 가전제품은 재활용할 곳이 없어 대부분 파쇄해 매립하거나 수출했기 때문이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은 "일상생활 속에서 재활용 소재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분야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자원 선순환 및 순환 경제에도 앞장서는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