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현 설욕다짐…롯데케미칼, 내년 실적 반등 자신감
연구조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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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현 설욕다짐…롯데케미칼, 내년 실적 반등 자신감
연내 정상화 전망, 실적반등 기대
에틸렌 생산 주력, 전체 매출 22%
고부가제품 생산 설비 완공 눈앞
車배터리 핵심 ‘분리막 사업’ 강화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사장)가 칼을 갈았다.
롯데케미칼이 올해 코로나19에 따른 업황부진과 대산 공장 화재로 유독 힘든 한 해를 보내며 연말 인사에서 실적 악화에 따른 교체설까지 나돌았지만 재신임되며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호남석유 출신으로 롯데그룹의 ‘화학통’으로서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긴 김 사장은 내년 실적 개선으로 보답하겠다는 각오다. 주력 제품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대산공장의 재가동을 연내 목표로 하고 있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설비 완공도 눈앞에 두고 있어 희망적이다.
시기도 나쁘지 않은 게 나프타분해설비(NCC)업체의 영업마진이 지난해 4분기 톤당 296달러에서 이달 첫째 주 543달러로 급상승해 대산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원재료 구매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14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올해 영업이익은 355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6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266.9% 상승한 1조3040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도 2019년 15조1235억원에 육박하는 14조4399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심엔 대산공장 재가동의 영향이 크다.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은 지난 3월 폭발사고로 13개 설비 가운데 NCC와 벤젠·톨루엔·자일렌(BTX), 부타디엔(BD), 스티렌모노머(SM) 등 4개 설비의 가동을 중단한 바 있다. 대산공장은 3조3000억원 규모의 연매출을 올리는데, 이는 롯데케미칼 전체 매출의 21.8%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대산공장 NCC에서 생산되는 에틸렌(연산 110만톤)은 롯데케미칼 전체 에틸렌 생산량의 20%가 넘어 생산 중단으로 인한 실적 타격은 컸다.
에틸렌 등 기초유분이 원재료인 저밀도폴리에틸렌(LDPE), 폴리프로필렌(PP) 등 다운스트림 설비 가동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다른 화학 공장에서 기초유분을 구매해야 해 지난 9개월간 구매비용만 8000억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40달러 안팎으로 정체돼 있는 저유가의 수혜도 대산공장 중단으로 받지 못했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올 2분기부터 나프타 분해설비 중심으로 수요 우위의 개선세를 보였지만, 롯데케미칼은 이 호황기의 수혜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LG화학이 올해 영업이익 2조5000억원 이상을 추정하는 것과 비견된다.
김 사장은 당초 이르면 내년 초에나 가능할 NCC 재가동은 연내로 최대한 앞당긴 이유다. 그만큼 실적개선의 압박이 컸다는 의미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키움증권 이동욱 연구원은 “올해 2~3분기 50% 수준에 불과했던 NCC 가동률이 이달부터 정상화되면 물량 측면의 증가, 다운스트림 가동률 개선, 일회성 비용 제거 등의 효과가 발생해 내년 초 실적부터 반영될 것”이라며, “원재료 구매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어 연간 4000억원의 절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진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케미칼은 대산공장 가동으로 2021년 올레핀 영업이익이 2020년보다 3490억원 늘어나면서 실적개선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부가가치 제품의 증설도 내년부터 하나둘 결실을 맺는다. 500억원을 투자한 울산공장 고순도이소프탈산(PIA) 설비 증설을 연내 완료, 내년부터 가동에 들어간다. PIA는 PET·도료·불포화 수지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고부가 제품으로, 증설 후 연산 46만톤에서 84만톤으로 증산된다.
2960억원을 투자해 현대오일뱅크와 설립하는 합작법인 현대케미칼 중질유·나프타분해설비(HPC)의 대산공장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공장이 내년 말 상업 가동하면 나프타보다 저렴한 탈화중질유로 에틸렌을 만들 수 있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원료 다변화는 물론 원가 경쟁력 우위를 확보할 수 있어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신사업 추진도 적극적이다. 그동안 롯데케미칼은 순수화학사로서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는 전략에 주력했지만 코로나19로 한계를 드러냈다.
김 사장은 LG화학·한화솔루션 등이 신성장동력으로 전기차 배터리·태양광에 주력하듯 롯데케미칼도 전기차 배터리 4대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분리막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분리막 사업은 현재 판매량 4000톤, 매출액 100억원에서 2025년까지 10만톤, 2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화학BU 계열사를 통한 투자로 롯데케미칼과의 시너지도 노린다.
롯데알미늄은 2021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헝가리 터터바녀 산업단지에 11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양극박 생산설비를 짓고 있다. 롯데정밀화학도 두산솔루스 지분 투자로 전지박 생산에 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주력이던 유통이 계속해서 축소되면서 롯데케미칼의 존재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면서, “김교현 대표의 계획대로 대산공장의 재가동에 고부가가치 사업의 확대 등이 실적에 반영되면 롯데케미칼의 그룹 내 영향력은 내년에는 더 커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