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소식

[기고]배출권거래제 서두르지 말길

환경안전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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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근 입법예고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관한 법률'과 관련,도입 시기와 내용을 놓고 산업계와 환경담당 부처 간 큰 이견을 보이고 있다.

찬성 측은 우리나라가 온실가스 감축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는 의지를 보이면서 녹색성장의 표본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앞으로 닥칠 더 큰 친환경 규제에 대응,기업의 체질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계는 녹색성장의 당위성에는 찬성하지만 미국,일본,중국 등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철회한 마당에 우리가 굳이 이 제도를 먼저 도입해야 할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아울러 현재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화학 철강 등 소재산업과 자동차 조선 등 연관 산업은 물론 전기료 등 국민생활과 직결된 부문에도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한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우려를 표명했다. 입법안에 의하면 할당위원회가 배출권의 할당계획과 조정을 맡고 정부는 구체적인 할당 대상업체의 지정,할당조치,취소 등을 할 수 있다. 배출권을 운용하는 일부 정부 부서가 기업의 생산과 투자를 좌우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예컨대 배출권 할당을 얻지 못하면 신규 사업 참여는 불가능해질 수 있다. 여태 공장을 잘 운영해 오던 기업이라도 배출권 할당이 취소된다면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짜리 생산시설을 멈춰야 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탄소배출권이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게 되는 셈이다.

필자는 기업에 그토록 중요한 사안이라면 충분한 준비를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의 움직임을 보면서 2015년 이후에 논의해 보면 어떨까? 지금에서야 온실가스 통계를 구축해 나가기 시작한 만큼 3~4년은 지나야 통계의 신뢰성이 쌓일 것이다.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더구나 규제개혁위원회는 이 제도에 대한 충분한 영향분석이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입법 추진 부처는 조문 하나하나가 몰고 올 영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하위법령의 모습,운영시스템 등을 미리 제시하고 시뮬레이션을 거쳐 업계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한 일간지에 실린 캐나다 총리 고문의 글은 참고할 만하다. '2009년 인터폴이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해 조직범죄가 관여할 개연성이 높은 문제투성이 제도라고 경고한 이래 불법적 결탁과 온라인상에서의 배출권 절도 등 범죄가 수차례 발생하고 있다. 월가의 지나친 상업주의와 유럽 마피아 범죄조직이 거래제도 허점을 파고들어 현재 유럽거래소 거래를 중지시킬 만큼 악용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

제도는 한번 만들면 고치기 어렵다. 실물경제에 대해 엄청난 영향을 줄 수 있는 제도라면 더더욱 시행착오를 예방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배출권거래제는 환경적 관점 외에 반드시 실물경제적 관점에서 검토돼야 한다. 거래유통 기능도 실물 부문을 도와주는 부수적 위치에 머물러야 할 것이다.

김창로 < 한국석유화학공업협회 부회장 >

원문 :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103115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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